헌옷 치우며 발견한 2007년 월급명세서와 그 상념들
가진 것들은 잘 버리지 않는 성격 탓으로, 입은지 10년이나 지났지만 양복들과 캐주얼복 등 비교적 상태 양호한 헌옷들을 헌옷수거함에 넣고 왔다. 고엽제전우회가 운영한다고 본 듯한 헌옷수거함에 넣은 그 헌옷들은 어딘가 필요한 곳으로 갈 것이다. 헌옷 주머니 속엔, 13년전 당시 부산 최대의 프랜차이즈 종합학원이었던 서전학원이란 곳에서. 강사 입사초기 열흘정도 일하고 받았었던 월급명세표가 있었다. 지금도 어디가서 열흘 일하면 벌 수 있는 110만원이란 액수는 그 당시 2007년 부산 학원가 강사 평균 월급이 200이 안되던 시절이었기에, 상당히 많은 액수였다.
2월달엔 방학특강 수당이 더해져 330만원을 받았었고, 평달은 260선으로 나쁜 편은 아니었으나, 하루 14시간의 근무와 잦은 주말 보강 수업, 자주 하는 일요일 단체 등산 등은 개인 시간을 허락하지 아니하였고, 그래서 그런지 부산 학원가에서는 안티가 많은 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비싼 월세에 차할부값에 학자금 상환과 그 뒤 2010년 경부터 이어진 들쭉날쭉한 과외 시장 진입과 전자책 원고 정리 및 출판 의뢰로 인해, 이상적으로는 단순한 강사가 아닌 훌륭한 작가가 되어 나름 뿌듯했으나, 현실적으로는 별 남는게 없게 되어버렸다.
그러하였던 시기, 벡스코 국제 게임 컨벤션 관련 일로 부산을 찾아오셨던, 전 한국외대 영어과 은사 교수님이자, 당시 연세대 교수셨던 김형중 박사께서 날 찾아와, 대학에서 영어 가르쳐보라며 영어 관련 대학원 진학을 밤새가며 권하셨었고, 나는 미국과 한국 등 국내외 대학원을 알아보다가, 모교 장학금 준다길래 한국외국어대학교 에 있는 사이버한국외대 테솔대학원 에 진학하게 되었던 것이다. 테솔(TESOL)이란 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 의 약자로 영어를 가르치는 과정을 의미한다. 입학 전에도 되어서도 졸업 후에도 나는 계속 모교와 관련 프로그램들을 홍보하고 있다. 타칭 의리남 또는 홍보맨(Ad Man) 라울선생님.
문법 논문이 통과되어 졸업되기까지 나는 장학금도 많이 받긴 했었지만, 차팔고 보증금 빼고 대출받고 빌려가며 2년반을 보냈었다. 그리고 서울 강서구에 있던 아는 선배의 임대아파트 더부살이를 선배 가족이 온다해서 갑자기 끝내야했었고, 오래된 페이스북 친구인 자원봉사로 영어 가르치시는 선생님의 호의로, 이 분 소유의 빈 다세대주택 에 자리잡게 된 것이었다. 2년반을 무료로 있었기에, 지금은 계약서 쓰고 월세 보내드린지 1년반이 지나가지만 고마워서 이 집에 계속 살 것 같다. 벌써 한 4년넘게 있다보니 부침개 주는 이웃사촌도 있고, 낯이 익어버린 낯설지 않은 이웃들이 많아진 탓도 있다.
공부도 더하고 졸업도 했었지만, 스트레스도 많고 살도 쪄서 몸이 안좋아져 있었다. 장학금말고는 따로 벌이가 없고, 돈 벌 거리도 없던 차에, 나는 가까운 우체국 관련 공공기관에서 일하게 되었었고,
지금은 정년걱정 없이 일하며 뜻한 바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평일엔 일하고 주말엔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학원가 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또한, 15키로 이상 몸무게가 줄어 군대가던 시절로 돌아왔고 건강해졌다. 경제적으로는, 지금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올해를 잘 넘기면 좋아질 것이다. 가끔 학교에 가보면 재학생, 졸업생, 교수님들 할 거 없이 부족한 날 교수급으로 보며 존경과 경외의 눈빛을 보내오기도 하는 걸 느끼기도 하지만, 난 그리 잘난 사람이 아니다.
특히나,박사과정을 생각해보지 않은것은 아니나, 그러기엔 공부가 문제가 아니라 생활이 문제시 된다. 나는 현재를 잘 지내며, 이번 설 명절을 기념하여 복지포인트로 대학로 탈북자 단체에 홍삼두박스 보냈듯, 가끔은 기부도 하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가며, 무리없이 조용한 가운데 즐겁게 지내고 싶다. 그리고 덜 낸 국민연금 기준치 6년 부족분 등도 회사를 통해 내야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현재 상황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자수성가 를 향해 달려가며, 중간중간 내 시간을 갖고, 그것이 누군가의 보람과 기쁨이 되게 하는 것! 이것이 내가 가진 최고의 재능이라고 칭할 수 있지 않을까?
Saturday
January 25th 2020
박원길 (라울선생) 씀.
#헌옷치우기 #상념들 #의리남 #라울선생님
'Raoul's 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간도서추천 사는게참내맘같지않네 3장을 읽으며 (0) | 2020.03.27 |
---|---|
신간도서추천 사는게참내맘같지않네 2장을 생각하며 (0) | 2020.03.26 |
독자분의 2011년도 라울선생님의영문법교과서 댓글 (0) | 2020.01.23 |
모교 방문 중 (0) | 2020.01.11 |
탈북민 이수정씨와 대한민국의 사랑 (0) | 2019.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