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oul's View

[스크랩]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한 한 학원강사의 단상

라 울 선생님 2010. 3. 7. 23:24

공교육에 대하여

 

이름만 다르게 하여 각종 비정규직 교사들을 뽑고 있습니다. 그들의 능력을 낮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근무여건상 공교육의 질적 향상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정부의 생색내기용에 부족한 인력에 대한 응급처방으로 보여집니다. 공교육을 살리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학교 시설을 확충하고 교사를 많이 뽑아 한 반내 인원을 15명 이하로 하여 교사가 매일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관심을 가지고 학과 내용 학습 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에도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형 학원이 줄줄이 무너지고 오히려 소수정예반 학원이 뜨고 있습니다. (학원가에 불황이 심해 부도나는 학원에 문닫는 학원에.. 스산한 정도입니다만, 그 와중엔 또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학생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가져줄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학부모 또한 그 점을 주목하는 것이고요.

교원평가제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직접 대하는 저의 입장으로서는 아마 보통의 어른보다는 그 또래 아이들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또한 일반적인 어른이 아닌 '학부모'를 더 잘 알 거라 생각합니다. 일단 부모가 되면 대부분 자식말만 믿고 자식만 두둔하기 마련입니다. 생각보다 무척 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숭고하고 거룩할지도 모르지만, 제 삼자에게는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이득 계산에 무척 빠르고 남에게 상처주는 것에 망설임이 없습니다. 철저히 개인주의적이며 약육강식이라는 것에 어른들보다 오히려 더 익숙합니다. 그런 그들이 교사를 평가할 권한을 얻었을 때 어느 정도로 공평한 평가가 이루어질지 의문입니다. 평가 도구에 있어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자신의 학창시절을 이야기하시며 교사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시는데 그건 교원평가제에 대한 이성적인 지지나 비판의 근거가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교육에 대하여

 

사교육은 말이 교육이지, 교육과 더불어 영업 혹은 서비스입니다. 더 학생과 학부모를 배려하게 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거죠. 그래서 공교육 교사들은 학원에서 버릇을 버려 온다고 욕하고 (학교에서 근무한 적도 있습니다) 학원에서는 학교에서 도대체 아이들에게 뭘 가르치는 거냐고 욕합니다. 둘 다 일리있는 의견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잠을 주로 잡니다. 공부를 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튀거나 따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살짝 엿보입니다. 교사가 반 전체를 확실히 장악하기가 35명의 인원이라면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야단만 칠 수 없습니다. 수업을 해야 하므로 몇몇은 눈감아주고 설명을 계속해나가야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속된 말로 개길 수 있다고 여기고 낙서를 하거나 잠을 자거나 딴 생각을 하거나 합니다. 일부 학원에서는 친구를 데려오면 문화상품권을 준다든지 버릇없이 굴어도 적당히 넘어가준다든지 하는 것도 분명 사실입니다. (물론 문제아를 잘라내는 학원도 드물지만 있습니다)

현재 사교육이 만연해 있습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학생이 드뭅니다. 투자하는 돈에 따라 받는 사교육의 질과 양이 달라지기에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매달마다 돈이 몇 십만원씩 지출이 됩니다. 사교육이 증오와 질타의 대상이 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교육을 죽이는 것은 공교육과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서울은 야자가 없다고 하여 밤 10시까지..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방은 야자가 밤 10시까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서울과 지방의 차별인가. 하는 의문도 누군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망하고 있는 학원은 작은 학원이 대부분입니다. 즉 학원비가 낮은 학원들이 망한다는 겁니다. 서민들의 자식은 사교육이긴 하지만 공부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겁니다. 방과후수업이 있긴 하지만 학교수업의 연장으로 역시 학생수가 너무 많아 효과가 미미하다고 보여집니다. 있는 사람들은 시간에 관계없이 과외 시키고 유학보내면 됩니다. (이 부분이 사실 제가 글을 쓰게 된 요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화가 치밀었습니다. 학원 강의를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공교육이 잘 되어서 요즘처럼 사교육이 거의 의무인것 마냥 만연하지 않는다면 저는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는 겁니다. 학원강사라고 무조건 학원이 흥하고 지금처럼 사교육의 부담이 막대한 사회가 계속되길 원하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 중 하나는 '교육' 입니다.

뭔가 제도를 만들고 이것저것 이름을 붙여 비정규직으로 땜빵하고.

기존의 사람들(교사, 강사 모두)을 달달 볶고 있습니다.

그 방식이 옳다면 박수를 치겠지만, 생색내기용에 부자들 위주란 생각이 들어서 속에 천불이 납니다.

그리고 사교육을 죽인다고 공교육이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사교육 죽이는 방법도 부자들에게는 관계없고 서민들 자식들은 적은 돈으로 학원 강의도 못 받게 하는 겁니다. 과외비는 학원비보다 훨씬 비싸지요.

교육 예산을 확보하여 공교육에 제대로 투자하십시오. 사교육은 자기 자식이 더 잘하길 바라며 보내는 것이기에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공교육이 바로선다면 그 필요성이 줄 것이고 자연스럽게 규모가 줄고 종사하는 사람들이 사회의 다른 분야로 빠져나갈 것이고 각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은 줄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육체노동을 더 중히 여기고 월급을 더 줘야 합니다. 그리하여 공부할 사람만 대학에 가고 공부하지 않을 사람은 적절한 직업을 가지고 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되면 됩니다. 그러면 대학에 목숨 거는 풍토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학이 너무 많으며, 대졸이 너무나 많고, 대학 등록금은 너무나 비싸고 대학을 나와도 직장을 얻기가 힘이 듭니다. 사교육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부분들도 모두 국가적 낭비라고 여겨집니다. 박사 과정까지 밟은 사람이 환경미화원으로 지원하는 상황은 사회적 풍토, 구조적 문제입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어떤 직업을 가지든 존중을 받는 분위기가 정착된다면 학생들은 입시지옥에서 해방되어 지금보다는 훨씬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206405&RIGHT_DEBATE=R5

 

 

출처 : 학강모지역모임(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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