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시계나 내무부 시계나 일반인 시계나 시계는 시계다. 어차피 국방부에서 내무부로 병을 빌려준 셈이니, 제대 하기 전날까진 이경-일경-상경-수경으로 불리웠지만, 제대하고부터는 그냥 병장 만기 전역이었다. 어쨌거나 시간은 흘러 내가 수경을 다는 시기가 왔다. 어느 순간에는 어깨에 녹색 견장이 있다. 저녁 7시에 하던 점호에는
내가 중대~차렷~! 충성~! 1998년 5월 15일 일석점호 인원 보고 총 00명 번호~!!...이라며 보고를 마치니, 소대장님이 날 대견하게 바라봐주신다. 아 나도 달라져가는구나 싶은 찌릿한 마음 속 감흥 한자락~~~
아침에 점호할 때, 나는 빠진적이 없었다. 고참이라고 개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기면 뭣하랴? 늘 하던 건 그냥 해야지. 지나고 나면 다 그리움인것을... 그런 심정으로 어느 날 점호를 하는데 부소대장이 열받았는지 갑자기 전력질주 하란다. 허걱~!! 젓뺑이 치고 한 5키로는 넘게 뛰다 온 듯 한데,,, 갔다 오니 없는 놈 누구야? 잡아와~!!하며 난리를 친다. 그 때 내무반에서 자다 온 다른 소대 두 놈,,,한놈은 내 동기요,,허걱 한놈은 내 후임 자식이잖아! 이런 나만 개고생했군,흠.. 참 내가 바보같았지만, 그래도 운동 잘했다 여기고 넘어갔다.
하여간 고참이 되니, 뭐든 다 귀찮아 진다. 그저 영어 공부만 더 하고 싶어졌다. 그래, 책을 쓰자, 책을 쓰자며 그때부터 원고 정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만의 감성을 모아 시도 쓰기 시작했다... 뭐 하나 남기고 제대하고 싶었다... 마지막 휴가 나와선 대구 셋째형 집에 머물며 형 컴퓨터로 무조건 잘 못치던 자판 펴가면서 나만의 문법서 원고를 쳐내려갔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에 난 제대가 되었고.. 그로부터 14년 동안 수정을 거친 원고는 현재 [라울선생님의 문법교과서]란 이름으로 상, 하권이 전자책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갑자기 낮잠이나 자야지 하면서도 군대 이야길 쓰고 싶어지는 건, 한번도 제대로 기록을 남기지 못한 나만의 역사에 대한 아쉬움이리니,,, 98년 한창 정리해고 강행할 당시의 울산 현대 자동차 직원들과의 마찰,,, 동요되는 대원들을 통제한다고,, 저들은 범법을 저지르고 있으니,,, 너희들은 동요치 마라며 외치던 그 간부들의 목소리... 그러면서도 제대후의 현실을 걱정하던,, 나도 저렇게 될건데 하며 한숨 내쉬던 대원들의 목소리..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는 듯 하다..
나는 몸성히 제대 한 것에 만족하였고, 그 26개월의 시간 동안,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국가관에 대하여, 남자로써의 삶에 대하여, 여러가지 좋은 교육을 받을수 있었고, 일명 닭장차라 불리는 경찰 버스를 타고 전국각지를 다닐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였다.
외국에서 애를 낳으려 하는 여자들, 군대가기 싫어하는 청년들, 자기 자식만은 군대 면제 시키려 용쓰는 이들에게 난 한마디 남기고 싶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대한민국에 있게 해라."
2012년 6워 10일 일요일 오후
박 원 길 (라울선생)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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